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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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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地 0 623 2014.09.18 12:16

5.23(금)

어제 프놈펜을 출발, 종일 운전해서 라타나끼리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 온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사실 집으로 돌아 온 것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오전에 시원하게 비가 뿌렸다. 비가 그친 사이에 시장에 가서 채소를 샀다. 근처에서 고기 파는 아줌마가 부르기에 “오늘은 채소만”하며 채소 봉지를 보여주었더니 맘씨 좋은 모습으로 웃는다. 오는 길에 찹쌀도 샀다. 태국산이 질이 좋아보였고 가격은 두 배가 되었다. 가격보다도 왠지 캄보디아산을 사고 싶었다.

금방 시간이 흘러 낮기도 시간이 되었다.

성무일도는 흐트러지기 쉬운 내 생활을 바로 잡아주는 친구이다.

6. 3(화)

어제 늦게까지 텔레비전 영화를 봤다.

그 때문일 것이다. 아침 식사 후에 몸이 뻑적찌근하여 자리에 누웠다 깨어나니 오후 한 시. 겨우 미사봉헌하고 점심식사를 마치니 또 눕고 싶어졌다.

육체의 욕구에 굴복했다면 오늘 하루는 몽땅 날라 갔을 것이다.

“세속, 육신, 마귀”라는 교리가 고리타분한 냄새도 나지만, 분명 일리가 있다. 육신의 유혹은 물리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내 몸이 성령의 궁전이 되도록 늘 새로운 각오로 새롭게 관리하지 않는다면,

나는 나의 길에서 진정한 기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육체의 유혹을 이겨내는 순간의 결정이 나의 인생을 좌우함을 잊지 말자.

6월 4일(수)

한국은 오늘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투표날이다. 부디 올바르고 좋은 일꾼들이 뽑히기를 기도한다.

지난 주일미사 후부터 견진교리반 하나를 시작했다. 한국은 견진 교리 기간이 짧지만, 불교국가인 이곳에서는 더 길게 잡아야 굳건한 신앙생활에 도움이 된다. 그런 연유로 영세 준비 기간도 3년으로 되어 있다. 나도 견진교리를 대략 일 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6명이 함께 시작했다. 청소년 5명과 결혼을 앞둔 처녀 한 명이다.

우리 신앙의 밑바탕은 예수님의 말씀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 마음 속에 예수님의 말씀을 심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함께 마르꼬 복음을 공부할 생각이다.

말씀이신 주님, 부디 제게 사랑과 지혜를 주시고, 이들 마음도 사로잡으시어 끝까지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게 은총주소서!!!

6월 14일(토) 흐리고 비

드디어 우기가 시작되었나보다.

기다리던 비가 자주 내리고 화초들과 나무들은 생기가 돈다. 빨래하는 날을 잘 잡도록 신경 쓰는 것 외에는 우기가 건기보다 한결 낫다. 먼지에 뒤덮였던 온갖 만물이 제 색깔들을 뽐낸다.

지난 주일의 일이었다.

교리공부를 시키고 있는데 14살짜리 “티 다으”라는 여자 아이가 글을 못 읽어 교리공부 후에 면담을 했다. 글공부 선생이라도 소개시켜주고 싶었다.

그런데 면담 중에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사연을 들어보니, 아침 간식거리를 만들어 자전거에 싣고 행상하는 어머니의 수입으로는 방세, 수업료 내기가 벅차서 하루 먹으면 하루는 굶는단다!!!!!

한참 성장해야 할 나이인데............

어제가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이어서 그 집에 갔다. 환경이 한 눈에 어려워보였다. 이달부터 학비보조로 월 30불씩 지원해주기로 했다.

아이 밥을 안굶기는 조건으로.

6월 16일(월)

끼니 거르는 소녀의 소식을 접한 한 지인이 선뜻 50만원을 기부했다.

오늘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쌀 제일 좋은 품질로 한 부대를 사서 그 집에 방세 한 달 분과 함께 전달해준 후, 소녀를 데리고 옷가게에 가서 맘껏 고르게 했다. 그 사이에 나는 장을 보고 와서 옷값을 지불하고 성당으로 돌아왔다. 올 한 해 동안 이 모녀 가정은 학비와 집세와 식량이 해결되었다. 천주께 감사!!!

감사의 마음을 담아 모녀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보내주며 함께 기뻐했다.

오후에 소녀가 수줍은 모습으로 엄마가 만든 반찬을 들고 왔다.

웃는 얼굴은 참 예쁜데 그동안의 힘들었던 삶 때문인지 잘 안 웃는다.

“다으, 넌 웃는 모습이 참 예뻐. 자주 웃거라”하며 돌려 보냈다. 소녀가 밝은 모습으로 환한 미소를 자주 지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했다.

9월 17일(수)

오늘 하루 동안에 대여섯 차례 비가 쏟아지다 말다 한다.

꼭 한 번 해님이 얼굴을 내밀었다.

성모상 동굴 앞의 화분들이 시들시들해 간다. 화분의 제한된 공간에서 힘을 다 쏟은 모양이다. 화단으로 옮겨 심었다.

아마 일주일 뒤쯤이면 힘차고 밝은 모습으로 날 바라다볼게다.

내 마음도 덩달아 기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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